[아름다운사회] 새해 첫날 > 컬럼

[김민정 박사] 

청룡이 꿈틀대는 한 해가 열립니다

우리가 엮어나갈 새날들도 왔습니다

동해를 붉게 물들이며 햇귀가 눈뜹니다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올리면서 

끌고 온 잡념들은 가차없이 내립니다

한 뼘씩 자라는 꿈이 이마 위에 핍니다 

- 김민정 「새해 첫날」 전문

“너 자신으로 하여 네가 있는 곳을 달라지게 하라!”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설날 아침, 내 자신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픈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에드워드 윌리엄 보크(Edward Bok:1889~1919)는 6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브루클린으로 이주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보크는 신문을 팔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는 네덜란드를 떠나기 전 “너로 하여 네가 있는 곳이 달라지게 하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잊지 않고 실천하려 노력했다. 신문을 사러 온 손님들이 더러운 길거리에 불쾌해하지 않도록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매일 주웠고, 손님들이 원하는 신문이 없어 실망하지 않도록 모든 신문을 제시간에 가져다 놓았다.  매일 습관처럼 반복되는 소년의 사소한 행동에 사람들은 신뢰와 칭찬으로 화답했다. 

이렇게 성실하게 생활하는 소년을 지켜본 어떤 신사가 ‘에드워드 보크’를 한 출판사의 사환으로 취직시켰다. 그곳에서도 무엇을 달라지게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회사의 사무실, 복도, 계단까지 청소했고 그로 인해 회사의 분위기는 점점 밝고 깨끗하게 변했다. 그 후 ‘에드워드 보크’는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사환에서 정식 직원, 임원을 거쳐 사장, 마침내 출판사의 회장으로 추대됐다. 

말단 기자였던 그는 어느 날 미국 제19대 대통령 루터포스 헤이스의 연설을 취재하러 갔지만 속기 실력이 없어 대통령의 연설을 제대로 받아 적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연설을 끝내고 나가는 대통령을 당돌하게 불러 세우고는 연설문 초고를 달라고 무례한 요청을 했다. 그의 열성과 진지함을 본 대통령은 그의 청을 들어주기 위해 호텔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다음 날 대통령의 연설 전문이 ‘브루클린 이글’신문에만 특종으로 실렸다. 그 덕에 그는 일약 일류 기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차비와 점심값을 아껴 모은 돈으로 미국 위인전집을 샀고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책 속에 등장하는 유명인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에피소드를 좀 더 알려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제임스 A. 가필드는 ‘어릴 적 배를 끄는 노동을 한 것이 사실이냐?’고 물어온 소년에게 친절하고도 상세한 답장을 보내주었다. 

‘책에 나온 격전지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달라’는 편지를 받은 그랜트 장군(남북전쟁 시절 북군의 총사령관, 미국 제18대 대통령)은 지도까지 그려 넣은 상세한 답장과 함께 어린 소년을 초대해 식사를 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인인 에머슨에게도 편지를 보내 에머슨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만들기도 했다. 곧 보크는 수많은 저명인사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후에 그는 《브루클린 매거진》이란 잡지사를 창업했고, 《레이디스 홈 저널》이란 유명한 여성 잡지도 창간했다. 그 잡지를 미국 전역에 유행시켜 미국 사회에 여성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일에 앞섰을 뿐 아니라 투표권, 요리, 환경 등 여성을 위한 이슈를 개발하며 평생을 개척정신으로 살았다. “네가 있는 곳을 달라지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