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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아름다운사회] 녹색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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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인간이 만든 기계나 장치 중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어릴 적 처음 본 계산기는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더하기든 빼기든, 심지어는 곱하기든 나누기든 어떤 숫자를 내놓아도 계산기는 말도 안 되는 시간에 척척 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러고도 틀림이 없었으니, 어린 마음에는 지금의 컴퓨터만큼이나 놀랍고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 중의 하나가 신호등입니다. 신호등이 없는 도시의 도로는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방향으로 가야 할 자동차들이 서로 먼저 가겠다고 하다가 차가 서로 엉키면 도로의 기능은 마비되고 말 것입니다.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고요. 길을 건너가려는 사람들은 언제 건너가야 안전할지를 몰라 안절부절못할 것이고요. 필시 빵빵거리는 소리와 삿대질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이 있으면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듯이, 마치 냇물이 강을 향해 흘러가듯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이번에는 누가 가야 할 차례인지, 누가 멈춰 서서 기다려야 하는지를 일러줍니다. 왼쪽으로 회전을 하거나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는 차까지 순서를 알려주니 믿고 기다리면 됩니다. 복잡한 도로에서도 각각의 필요를 빠짐없이 일러주는 것을 보면, 신호등의 마음이 퍽 자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바로 그 신호등 때문에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 멈춰서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출발을 하는 것은 누구라도 마땅한 일로 여깁니다. 정작 운전자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불규칙한 신호등을 만날 때입니다. 신호등 앞에 서 있다가 출발을 했는데, 출발을 해서 얼마 가지를 않아 또다시 빨간색 신호등을 만나면 경우가 달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되고, 뭔가 흐름이 뚝뚝 끊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를 경험할 때도 있습니다. 분명 몇 개의 신호등을 지나쳐가는데 때마다 초록색 불이 켜져 있으면 마치 큰 배려를 받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멈춰 서지 않고 달려도 되니 운전자로서는 뭔가 시원함마저 느낍니다. 길이 뚫려 느끼는 시원함보다는 길이 막혀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문제지만요.    

이와 관련하여 오래전 독일에서 살며 보았던 인상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도로의 어떤 구간을 특별한 구간으로 만들어 운용을 합니다. 그 도로가 정한 규정 속도를 지키면, 도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차를 멈추지 않고 지나가게 되지요. 

그런 구간을 ‘그뤼네 벨레’(Grune Welle)라 부릅니다. Grune가 녹색이란 뜻이고 Welle가 물결, 파도, 운동, 파동, 주파수 등을 의미하는 단어이니, Grune Welle란 녹색 파도, 녹색 물결이라는 뜻이 됩니다.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다 싶습니다. 

녹색 파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가치 있는 준비라 여겨집니다. 도로 위에서부터 시작된 녹색 파도가 우리의 마음으로도 이어진다면 필시 우리가 살아가는 거리에는 녹색의 물결이 가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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